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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한국 문방구/한국 방구석에서 고뇌

[잡담] 나는 나라고, 아니면 예술가라고 생각해야 할까

by 문방구PD 2021. 10.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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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아티스트들의 삶 그러니까 사적인 영역 그리고 작품에서의 모습을 경험해보면, 왜 그들이 어렵게 느껴지는 지 알수 있을것이다. 나 또한 어려운 사람에 속한다.

내가 좋아하는 현대음악 클래식 작곡가 알렉산더의 경우도 그렇다. (알렉산더는 실제로 많이 봤고, 서로 얼굴은 알고있는 사이다.) 그는 알려진 게이 작곡가이다. 클래식계에도 게이가 너무 많다. 진짜 잘생기고 멋진데 너무 안타까울 정도. 최근에 알렉스가 아이를 출산한 것 같은 느낌을 주는 사진을 게제했다. 누구와의 아이인줄은 모르겠다. 사적인 영역이므로. 그리고 오스트리아 그라츠의 강사로 있는 세계적인 작곡가 하스도 자신의 성적 취향을 공식적으로 알렸다.(세계적인 작곡가인데, 강사...;) 그 이후 그를 따랐던 수많은 사람들이 그를 싫어하기 시작하기도 하고, 그의 작품을 들으면 그가 그 행위를 하고 나서 쓴 것 같이 느껴져서 역겹다고 한 학생도 있었다. 난 오히려 하스가 그런 취향을 밝히고 나서 더 좋아졌는데 말이다. (그것도 뭐 자기 부인이데, 뭔 상관이야.) 해외 남자 작곡가들을 보면 진짜 유명하고 세계적인데 와이프나 남편들은 좀 다르다. 물론 정말 완벽한 커플을 자랑하는 내 롤모델 하이너 괴벨스 같은 경우는 자식들이 다 변호사 의사에, 와이프도 교수 자신도 교수 뭐 젊은 시절엔 아방가르드 락 재즈 그룹 멤버..일 정도로 프로필이 완벽한 사람도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들이 꼭 한국처럼 이런 남자, 이런 여자를 만나야 하고 이런 생활을 해야한다는 고정관념이 없다보니 진짜 가끔 커플로 나타나는 그들의 모습을 보면 부럽다. 뭐 학생과 강사가 결혼하는 경우, 교수와 학생이 결혼하는 경우도 흔하니 말이다. 독일에 있었을 때도 중국애들은 그런 얘기를 서스럼없이 하기도 했다. 50대인 한 세계적인 교수님도 아직 솔로였는데 여자가 자주 바뀌고, 곡을 쓸때마다 연주자랑 썸씽이 있는지 그렇다고 동물의 왕국은 아닌데 아무튼 그런 생활에 자유로운 교수님들은 50대가 많다. 하지만 그런 그들이 결혼을 하는 순간 바로 가정적으로 변한다 그게 참 신기하다. 한국 남자들은 버릇을 버리지 못하고 다시 불륜을 저지르거나 나이트를 가거나 하는 성향을 보이기도 하는데, 독일 남자들이나 대부분의 유럽 남자들은 다르다. 가정적이게 된다. 아이들도 자신인 아버지가 케어하는 경우도 많다. 유럽 남자들이 가정적이라는 사실은 대부분 알고 있을 것이다.

내가 독일에 다녀온 이후로 사고방식이 좀 많이 달라지긴 했다. 예술가는 깨어있어야 하고, 일반적인 사고방식과는 다르게 그리고 남이 뭐라하던 사적 영역은 사적인 것이고 남의 의식을 왜 하냐. 뭔 상관이야. 이런게 원래 있었지만 좀 더 명확해졌다랄까. 그런데 한국에 오니, 그런 눈치를 봐야하는....

그래서 늘 혼란스럽다. 나는 내가 이런 사람이라고 해서 무조건 이런 사람을 만나야 하고 그런게 독일을 갔다와서 사라졌고 그냥 내 생각이 바뀌지만 그것이 늘 새로운 기준이 되었고, 그리고 작업 관계와 작업 파트너와 실질적으로 내가 사적인 영역에서 일하는 사람들과의 방식은 당연히 다르게 행동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The 1975의 뮤비를 보면서 그는 가수이지만 이런 연출적인 면을 능수능란하게 보여주는 아티스트이기도 하다. 아티스트는 관객에게 쇼를 보여줘야 하니까, 이슈를 몰기도 하고 패션, 얼굴, 음악, 컨셉, 연출, 등등 정말 다재다능할 수 밖에 없다. 가수가 저렇게 연기를 잘할 수 있나 할 정도로 말이다. 이 정도 작업량이 되면 진짜 혼란이 올 것이다. 힘든건 두말하면 잔소리)

 

The 1975 - Sincerity Is Scary (Official Video) (2018)

그의 음악들 속 뮤비 속 영상미와 연출이 항상 맘에든다.

 

이곡의 가사는....참 공감이 된다.

 

위의 곡 가사에서...와닿는 부분이 있다.
you should be pulling me in....

넌 날 끌어당겨 주어야 해


(예술가들은 혼란스러운 자신을 끌어주는 사람에게 매력을 느낄것이다. 나 또한)


아는 동생이랑 얘기하면서 어디 니키리 같은 남자 없냐며 부러워하곤 했다. 마인드가 일단 최고. 사실 니키리 같은 마인드는 정말 대단한거다. 그녀는 좀 더 좋은 환경의 남자나 혹은 더 괜찮은 그런 사람들을 만날수 있는 여건이 있었지만 확실히 아티스트들은 다르다. 니키리와 유태오를 보면서, 한쪽이 다른 한쪽을 지지하는 아름다운 상황, 한국에서는 쉽지 않다. 너무 현실적이고 기다려주는 게 쉽지 않기 때문이다 결혼하고도 빛을 못보고 10년이상 공백기간에 그 힘든 배우더라도 니키리의 확신과 능력이 지금의 유태오를 만든 것이기에 여성들에게도 우상이 된 아티스트이다. 사실 예술작품을 만든다는 것이 미술과 음악쪽은 상황이 좀 다르지만 어쨌던 난 말할 수 있다. 창작은 정말 어렵다. 하지만 미술보다 음악이 더 어렵다고, 미술은 공간만 있으면 가능하다. 그러나 음악은 공간이 있다고 해서 되는 것이 아니다. 연주자 그리고 작곡가 혹은 지휘자 그리고 작품을 만드는 기간과 그것을 연습해야하는 시간 등등 함께해야 하는 작업이라, 거의 영상 한편을 찍을 정도의 수고로움을 매일 발산해야 한다. 혼자서 할 수 없다.

대중음악 아티스트들도 마찬가지이다. The 1975를 보면서 느낀다. 정말 저 많은 것들을 어떻게 저렇게 잘...어차피 해주는 사람이 있어도, 컨셉이나 연출이나 음악, 캐스팅이나 방향성등 모두 자신들이 감독하고 일궈내야 하는 영역이고 스텝은 따라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스텝들이 다 만들어준다고 하겠지만, 한국은 사실 소속사에서 다 만들어주지만 외국은 그렇지 않다. 비욘세도 혼자서 발로 뛰는 아티스트이고, 많은 아티스트들 대부분이 혼자 관리 감독을 다 한다. 그래서 그들이 프로페셔널한 것이다. 그런 경험 해보지 않아도 무조건 부딪혀야 하는게 일상인 직업이다.

암튼, 니키리의 작품도 대단하지만 동생과 얘기했다. (사실 니키리와 유태오의 관계에서 유태오가 독일에서 태어나 마인드를 보면 알수 있다. 결혼한 후 니키리 밖에 모르는 사랑꾼이다. 독일남자들이 그렇다. 연애때에는 피를 말리지만, 결혼후에는 정말 정착한다. ) 그런 사람 어디 없냐며....그런 아티스트 아님 혹은 그런 상대방을 만나면 아마도 잘될 작업이 더 잘될 수 있을텐데 말이다. 불안함은 그래도 발전을 위한 요소인 것 같다. 안정적이면 예술가들은 아마 아이디어를 잃어버릴 수도 있다. 독일에서 한차례 경험을 해봤었고, 오히려 불안한 시기에 더 많은 것들이 창출이 된다. 나같은 경우는. 아무튼 이해심은 매우 중요하다. 서로에 대한 이해 그리고 관계적인 부분까지. 

내가 가장 힘든 시기에 영화 촬영을 했고, 그리고 가장 힘든 시기에 라디오 방송국에서 일을 했으니...이것도 그냥 들어가는 게 아니라 면접하기전에 서류상에 뽑혀야 하고, 면접을 보고 그다음 스튜디오에서 테스트에 통과했다.어떤 한 팝송 음악을 섞어놨는데 가사가 정말 희한하게 바뀌어 있는데 난 그 곡을 편집툴에 넣고 다시 만들고 붙이고 현집해야 하는 테스트였다. 암튼 그걸 이틀안에 통과했고, 통과한 후에 내가 화장실 간 사이 보스들이 하는 얘기를 들었는데 화장실에서 그 소리가 다 들려서 웃겼는데....)그들이 상사에게 나를 보고하면서 " Sie ist sehr schlau"(그녀는 매우 똑똑해,)"그랬더니 아나운서 벤이 상사 앞에서 "진짜 최고아냐?" 라고 말했다. 최고 보스는 밖에서 아시아 여자애가 이런 일을 하는게 얼마나 멋지냐는 말에 사람들은 온통 그 이후로 나에게 관심을 두면서 같이 일했던 독일 여자애와 사뭇다른 관심을 줬다. 독일 여자애도 친근하게 다가가지 않는데, 내가 그들에게 다가가지 않는다는 이유로 불만이 많았다. 내 뒤에 온 독일여자애는 그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해서 어렵다고 해서 내 직속 상사가 다른 문제를 내주고 쉽게 만들어줬다. 그래서 내 직속 보스가 쉽게 가르쳐주고 그녀의 테스트는 끝났다. 난 그 이후로 계속 테스트를 당했고, 면접아닌 또 다른 면접을 봤고, 사람들은 나에게 관심이 더 많아졌고 2층이 스튜디오였는데 계단을 내려와서 1층으로 가면 또 그 독남들은 친절하게 얘기를 해주며 커피를 내리면서...(아...천국 같았던 그때..ㅋㅋ)마치 내가 소설속 주인공같이 말이다. 아니 영화속 주인공?ㅎㅎ (초기 포스팅에서도 썼는데.) 거기가 만하임 옆동네 루드비히스 하펜 암라인, 코로나가 아니었다면, 내가 중간에 중단하지 않았더라면 너무 좋았을 상황이었다. 그런 경험을 한 사람은 아마도 별로 없을것이다. 아무튼.

난 한 인간이기도, 아티스트이기도 작곡가이기도 나이기도 등등...가끔 영역을 왔다갔다하니 혼란스럽지만, 그게 사적인 영역으로 들어가면...

클래식 작곡가의 위엄이나 퀄리티 그리고 환경에 비해 내가 그런것과 사뭇다른 사람을 만나거나 하는 경우 오히려 난 편한데, 그런 속박감이 없어서 편한데 주변에서 기대하는 것들, 사실 크게 없다. 내가 만약 의사나 변호사 남들처럼 그런 사람을 만난다면 난 아마 숨막혀서 못살거 같다. 물론 취향도 아니거니와. (배부른 소리, 누구는 만나고 싶어서 난리라고 하겠지만) 게다가 그래서 오히려 동종업계를 만나는 게 싫었던 이유가 새로운 것이 없고 재미가 없어서였다. 물론 매력적인 사람을 만나면 다를수도 있겠거니...공부만 한 사람치고 재밌는 사람 별로 못 본거 같다. (그냥 작업자이자 파트너) 물론, 작곡가들은 기본적으로 재미가 있지만, 이제 다 알거 아는 사이다 보니 흥미가 없다. 그리고 난 미술쪽이나 디자인 혹은 다른 분야에 있는 사람들이 더 좋다. 그래서 요즘은 어렵다. 내가 도대체 어떤 부류와..그래서 그냥 아무나 만나고 인간관계를 가지려고 했었는데, 그건 또 아니게 되는 것이다. 대화가 이어지지 않는다거나 너무 무지해서 재미가 없을정도로...

난 인생에서 재미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떄문이다. 너무 쉽게 하는 거, 너무 편한거...싫다.그다음에 정치관. 친구들도 유머러스해야 하고, 남자도 유머러스 해야하고 우리 고양이 마저 재밌어서...재밌는 사람들이 좋다.

이런 얘기를 최근에 알게된 남자사람 동생이랑 얘기한 적이 있었는데...그애가 왈...

"그럼, 성당다니는 남자인데 허경영을 지지하면? 혹은 스님인데....이란다" 자꾸 이상한 예를 들어서 빵터졌는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내 대답은, "아 토나와 생각하기도 싫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그랬더니, 재미보다 종교관 그리고 종교관보다 정치관이 앞선다며...ㅎㅎ그래서 나는 아, 내가 종교관보다 정치관이 더 중요해야 하는 구나 싶었다. 재미보다 정치관. 그러니 정치관, 다음 재미다. 


앞으로 그래,정치관을 먼저 알아보는 걸로 ㅎ정신만 제대로 박혀있으면, 그래도 나랑 대화는 할 수 있다고...
그래도 블로그에선 적어도 자유로우니 너무 좋다. 이 익명성의 자유로움이 공식화되어 어느정도의 선도 있고, 지킬것은 지키는 공간이라 더욱 좋다.

나도 하스처럼, 그리고 알렉산더처럼 자유롭게 속박당하지 않는 시선에서...그런 마인드를 더 강하게....키우고 싶다.


오늘 할로윈인데...
참....ㅋㅋ ㅠㅠ
독일에서 했던 때가 갑자기 생각난다. 그리운 건 아닐꺼라고...

지금은 얼굴을 비공개로 하고 이렇게 얘기하고 있지만 언젠가 아마 내 얼굴을 공개하고 올 일이 이곳에서 생길꺼 같다. 아마 활동을 더 많이 하게되면 오프라인에서도 구독자분들을 만나는 일이 생기지 않을까 생각한다. 처음엔 그럴생각이 없었지만, 나 또한 좀 달라져야 겠다는 생각이다. "그래, 무슨 상관이야?!"ㅋ 라는 생각으로 돌진하자.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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