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지인으로부터 고가의 원본, 그러니까 외국 악보를 택배로 받았다. 서울 사는 지인은 현대음악 악보를 버릴 거라고 했고 그럴 거면 나를 달라고 해서 받았다. 적어도 한 악보에 10만 원 이상인 이 외국 악보들은 그에게 당시엔 어마어마한 가치를 지닌 악보들이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 그는 슬럼프를 겪고 있어서인지, 그냥 모든 걸 정리하려고 했다. 나는 그만 아예 그만두지 않을 것임을 알고 있다. 단지, 좀 다른 방향을 생각하는 거라고 생각한다. 물론 나는 공짜로 받아서 좋은데, 지금 작품을 쓰는 중이라 도움될만한 책들을 많이 보내줬다. 아직도 악보 작업을 하냐고 물어보는 곳이 있다면, 그렇다. 현재 할 일이 태산이다.
박스에 놓인, 내가 좋아할 만한 작품들을 지인은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에 이런 좋은 작품들만 골라서 보내줬다. 너무 고마운 지인이다. 언젠가 내가 신세를 크게 갚을 날이 오리라고 생각이 든다.
클래식 현대음악 악보는 모두 수입산이다. 그래서 한국에서 외국 악보를 사면 배송비는 물론 악보 가격이 어마어마하다. 대학원때 도서관 알바를 했었는데, 예술학교다 보니 학생들이 보고 싶은 악보가 있으면 살 수 있게 만들어주는 시스템이라 정말 좋은 악보를 많이 주문했었던 것 같다. 다만 그게 너무 오래걸려서....ㅋㅋㅋ 그런데 그게 독일에서도 그랬다. 학생들이 원하는 악보를 학교 도서관을 통해 주문하고 오는데까지 6개월정도 걸리는 경우도 있었다. 암튼, 돈도 돈이지만 정말 이런 악보를 보기위해서 많은 노력과 투자를 해야한다. 그런데 그런 투자한 시간과 돈을 버린다고 하니 내가 덥석 물어왔다. 언젠가 그가 필요하면 내가 다시 되돌려줄 수 있으니까.
정말, 당시에는 정말 가지고 싶었던 악보들인데 이제 시대가 지나고 너무 변화된 나머지 이런 훌륭한 곡들도 그냥 이제 유물이 된다. 미디어와 프로그래밍이 예술에 발을 내딛고 나서, 이런 악보 작업이 사실 많이 부진했던 측면이 없자나 있다. 출판사들도 돈이 없는데, 유명 작곡가들의 악보를 매번 내주니 악보는 비싸고...
지금도 악보를 보고 있는데, 가끔 낯설때가 있다. 너무 많은 미디어와 프로그램 그리고 다양한 매체를 다루다보니 이런 클래식적인 작업과 악보들이 낯설기도 하다. 하지만 앞으로 다시 그동안 내가 국내에서 하지 못한 작업들을 해나가면서 열심히 보고 그 이후에 지인의 슬럼프가 다시 극복되어 내가 돌려주는 날이 오기를 바라고 있다. 창작은, 그러니까 계속되어야 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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